"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라앉고 있는 도시” 자카르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라앉고 있는 도시” 자카르타
  • 박재아 기자
  • 승인 2019.04.0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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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이 되면 북부 자카르타의 95%가 가라앉을 위기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약 1천 만 명이 살고 있다.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Java)섬은 세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섬으로 1㎢당 1121명이 사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구가 약 2억 6100만이니 인도네시아 인구의 56%(1억 4500만 명)가 인도네시아 면적의 5%에 불과한 자바섬에 산다는 의미다. 그중 자카르타에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자바섬의 면적 자체는 꽤 큰 편으로 12만 6700㎢이며, 남한의 영토보다 약 25% 더 크다. 그러나 자카르타의 면적은 661.5㎢로 고작 자바섬의 0.05%를 차지한다.

자카르타의 일부 고작 30년 후 바다로

물론 전 세계의 연안 도시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열팽창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현상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남태평양의 일부 섬들은 50년 후면 나라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중에서도 자카르타의 침해 속도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를 보게 될 규모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인도네시아는 ‘바다 위에 떠있는 중국’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시장이자, ‘신남방정책’, ‘인도태평양전략’의 중심지 중 하나다. 이런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을 볼 때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해답은 없는 걸까?

 

BBC보도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매년 평균 1~15cm 가라앉고 있으며 도시의 절반 가까이가 이제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은 상태다. 이중 지반침하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북부 자카르타로 지난 10년 동안 2.5m 가라앉았고 이는 전 세계의 연안 지역 대도시의 평균에 비해 2배나 빠른 속도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라앉고 있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지반침하가 원인

놀라운 일이지만, 자카르타 주민들은 이에 대해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교통체증, 물 부족으로 인한 현실의 생활고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카르타가 급격한 속도로 가라앉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민들이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퍼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에 수도관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지하 깊은 곳 암반수를 퍼올려 이용한다. 그러나 지하수를 꺼내쓰면 그 위에 있는 지반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라앉게 된다. 이것이 지반침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자카르타시 당국은 중부 자카르타의 번화가 잘란탐린에 있는 80개의 건물 중 56개가 자체적으로 지하수를 퍼 쓰고 있었으며 33개가 불법적으로 지하수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적발했다.

"그레이트 가루다" 프로젝트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카르타만에 17개의 인공 섬과 함께 2km 짜리 방조제를 건설 중이다. 일명 ‘그레이트가루다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은 인공 호수를 만들어 자카르타의 강들이 물의 양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해수면을 낮추는 작업이다. 고질적인 홍수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방조제를 건설하는 데는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 원)가량이 든다. 이 사업은 네덜란드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보고서가 네덜란드의 NGO 세 곳을 통해 접수되었다.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해도 장기적인 지반침하를 20~30년 정도밖에 막을 수 없으리란 것이다. 2017년 5월 아혹(Basuki Tjahaja Purnama) 자카르타 주지사가 '신성모독 죄'로 2년간 수감 되었다 막 출소한 터라 과연 그동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해도 근본적인 지반침하의 원인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당장 지하수 사용을 중지하고 빗물이나 강물, 또는 저수지에서 수도관으로 물을 끌어쓰는 것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구가 많고 자원이 부족한 만큼, 하루 먹고 살기도 벅찬 시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지하수를 수원 깊숙이까지 채울 수 있는 기술이 있긴 하지만 매우 비싸다.

도쿄에서는 50년 전 심각한 지반침하를 겪은 이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하수 사용을 제한했고 기업들은 재활용된 물을 사용하도록 했다. 일본인들의 일사분란한 협조와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지반침하는 곧 멈췄다. 그러나 자카르타 주민들에게 일본인 수준의 단결력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자카르타에는 일단 대체 수원이 부족하다. 거의 모든 수원지가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하 암반수 대신 강과 댐,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을 정도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려면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자카르타의 주민들은 터전이 가라앉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하수 사용을 중지할 수도, 교통체증을 줄이는 경전철 건설을 반대할 수도, 대안으로 마련된 방조제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말 이대로라면 30년 후면 자카르타가 육지가 아닌 바다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자주 들이닥치는 재난양상만 봐도 불안하다. 아무리 건실하게 짓는다 해도 여러 차례 쓰나미가 닥치면 방조제는 순식간에 무너질게 분명하다. 작년 12월 16일과 1월 23일 자바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다. 수마트라와 자바를 잇는 '순다' 지역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을 일으킨 크라카타우 화산도 위치해 있어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화산폭발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술라웨시 팔루지역에 닥친 쓰나미는 도시 자체를 이주해야 할 만큼 근본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 역시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연성지반이 문제였다.

교통체증 해소방안으로 지반침하 가속화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자카르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교통체증’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경험을 해 봤지만, 퇴근길에 테헤란로가 막히는 수준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본적으로 도로설계를 잘못하였다. 우회나 갓길이 적어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하염없이 직진해 유턴을 해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 뿐 아니라 수시로 차가 막힌다. 그래서 정말 급할 때는 ‘고젝(Go-Jeck)’, ‘그랩(Grab)’같은 우리나라의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실어나른다. 도로 양끝의 갓길을 빠져나갈 만한 크기로 폭이 좁게 개조된 미니버스 반자이(Banjaj)도 불법이긴 하나 급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그렇게 차가 막혀도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삿대질하며 싸우는 장면은 별로 못 봤다. 경적소리도 생각보다 요란하지 않다. 지반침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모든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가 막힐 때는 30㎞를 이동하는데 3시간이 넘기도 하여 중요한 약속은 하루 한 개만 잡고, 저녁약속은 교통체증을 피해 오후 4시나 아주 늦은 밤에 잡는다.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 교통체증 문제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 시작시간은 7시인데, 표에는 4시로 표기를 한 것. 차가 막혀 사람들이 제시간에 못 올 것을 고려한 ‘배려’였지만, 4시부터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인도네시아 국가개발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교통체증으로 연간 65조 루피아(5조2천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대중교통이 부족하니 주로 자가용,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기오염도 점점 심각해진다. 경전철 건설 및 대중화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라 거의 완공단계에 왔지만, 무리한 공사로 지반침하를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결망이 좋지 않아 경전철이 과연 자카르타의 교통체증 완화에 근본적으로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지난 3월 27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4년까지 분다란HI 역과 자카르타 북부 해안을 연결하는 MRT 2단계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자카르타 동서 지역을 잇는 87㎞ 구간의 공사도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 한다. 내달에는 자카르타 경전철(LRT) 1단계 구간(5.8㎞)도 완공돼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 LRT는 당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전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완공이 지연됐다. 일각에선 동부 자카르타 지역에 부설돼 시내 중심가와 떨어져 있는 데다 구간이 5.8㎞로 짧은 편이란 이유로 LRT 이용률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쉬운 도시 자카르타

경제발전이라는 ‘대의’, ’공공의 선’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참상을 보며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해 보게된다. 사실 정부입장에서도 이런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만 다룰 수는 없는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인 이미지가 훼손되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이런 상황을 흐지부지 덮고 기반시설 확충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의 방침에는 분명히 오류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자카르타는 사라지기에 너무나 아까운 도시다. 이미 4번을 다녀왔지만, 기회가 된다면 몇 번이고 다시 가보고 싶을 만큼 아쉬움이 남는 도시다. 이토록 심각한 아픔이 있는 곳인지는 미처 몰랐다.

자카르타는 ‘[가라 앉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도시가 되었다. 몰디브를 비롯 몇몇 휴양섬들은 이런 ‘마케팅’으로 재미를 좀 봤지만, 자카르타의 실상은 우스겟 소리로 넘길 일이 아닌듯 하다.

만약 근래에 자카르타나 이곳을 경유하여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있다면, 그냥 환승만 하지 말고,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어 자카르타 중심부라도 둘러볼 것을 권한다. ‘자카르타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자카르타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순금 횃불이 타오르고 있는 자카르타의 상징물 중 하나인 모나스 타워, 인도네시아에 사는 약 300개 부족의 의식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따만미니(Taman Mini), 유원지와 공원, 파스텔톤 고급 수상빌라 앞에 크루즈가 한 척 씩 정박한 부자동네 안쫄(Ancol), 네델란드 식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 도심지역인 바타비아(Batavia) 등 자카르타의 중심지만 둘러보기도 하루가 절대적으로 빠듯하다.

모나스 앞에서는 피사의 사탑처럼 착시현상을 이용해 횃불을 손에 든 듯한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 노을 무렵에는 전망대에 올라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운 자카르타의 전경을 감상해도 좋다. 어두움이 깔린 밤하늘에 역동적인 노란 횃불, 흰색 거탑이 근사하다. 이 중에서도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곳은 따만미니와 바타비아다. 따만미니는 인도네시아를 이루는 300개가 넘는 부족의 의식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움을 '요약'해 놓은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이다. 네델란드 식민지 시대 자카르타의 모습과 미술작품, 유적들을 볼 수 있는 구도심인 바타비아에 가면 네델란드가 낯선 우리에게도 이국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모나스(Monas): 인도네시아의 독립과 항쟁기념비. 137미터의 높이의 천연 기념물은 오벨리스크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위에 32킬로그램의 금으로 싸인 14.5미터의 불꽃같이 생긴 청동상이 있다.

•따만미니(Taman Mini Indonesia Indah):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전통과 역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전통가옥부터 의상박물관, 식물원이나 새공원, 에너지 박물관이나 코모도 박물관, 워터파크도 있다. 무척 더우니 오토바이나 차로 다녀야 한다.

•바타비아 구도심(Old Batavia): '바타비아'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옛이름이다. 암스테르담 운하 본뜬 바타비아 곳곳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흔적이 있다. 광장 서쪽에 와양박물관(Wawyang Museum)이 자리잡고 있는데, 표정이 없어 으스스하지만 왠지 매력있는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그림자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좀 있다면 식민시대의 유물이 전시된 파타힐라 박물관(Fatahelah Museum)과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의 항구인 순다 켈라파 항구(Sunda Kelapa Harbour)도 볼만하다.

따만미니는 1975년에 개장한 '인도네시아의 축소판'으로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지역의 문화와 전통 가옥들의 특성을 한 곳에 모아 국민들의 자부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세워졌다.

따만미니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부인인 띠엔(TIEN)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테마파크다.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의 문화와 전통 가옥들의 특성 등을 보여주고 인도네시아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민족과 조국애를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우리로 치면 민속촌으로, 인도네시아의 축소판을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다. 1971년 공사가 시작되었고 3년 후인 1975년 4월 20일 오픈 했다. 미니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작은 곳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1킬로제곱미터(1.0 km2)에 달하는 아주 넓은 곳이다. 보통 차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다가 관심이 가는 곳에서 내려 자세히 보기도 하고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다니기도 한다.

“안쫄 드림랜드”로 유명한 이 곳은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휴양공원으로 수족관, 수상공원 등 다양한 유락시설이 있다. 두니아 판타지란 테마 파크 놀이공원이 가족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빠사르 스니라는 이름의 아트센터도 가볼만하다. 수백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그림, 조각품, 인도네시아의 와양 (가죽 인형), 보석류 등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안쫄항구는 또한 ‘천개의 섬(Pulau Seribu)’으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요트, 모터보트, 크루즈 등이 정박한다.

1868년에 개장한 국립박물관(Museum Nasional of Indonesia). 자카르타 도심 중앙에 위치해 있다. 모나스에서 도보로 닿는 거리이며, 유명 쇼핑센터인 플라자 인도네시아나 잘란작사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정도의 거리다.

인도네시아의 보배 조각가 뇨만 누아르따(Nyoman Nuarta)의 작품으로 모나스 타워 앞에 위치한 마차 황후상(Arjuna Wijaya Sculpture)이다.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바타비아 광장에 위치한 자카르타 역사박물관(The Jakarta History Museum). 자카르타의 옛 이름인 ‘바타비아’ 혹은 코타 투아 (Kota Tua)의 일부인 바타비아 광장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중요 행정기관이 몰려있던 구역의 일부로 옛 자카르타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명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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