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공룡’ 코모도왕도마뱀이 사는 섬으로의 여행
‘지구의 마지막 공룡’ 코모도왕도마뱀이 사는 섬으로의 여행
  • 성기민 기자
  • 승인 2018.11.2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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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 섬 ‘누사뜽가라(Nusa Tenggara)’

 

인도네시아에 ‘지구의 마지막 공룡’ 코모도왕도마뱀(학명: Varanus komodoensis)이 사는 섬이 있다. 평범한 녀석들은 악어만한 크기이고(직접 봤다), 가장 큰 녀석은 3m가 넘는다고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의 큰 몸집을 설명하는 이론에는 ‘도서 거대화 가설’이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이 다른 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차지하자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잡아먹히지 않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몸집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도서 거대화 가설을 부정하고, 코모도가 실제 공룡의 후손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380만 년 전, 플로레스(Flores)섬에서 90만 년 전 왕도마뱀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코모도는 물론 지금도 ‘이 구역 최고의 괴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생태계를 좌지우지 한다. 코모도의 침에는 여러 가지 유독한 미생물이 있어 물리면 패혈증에 걸려 서서히 죽게 된다. 힘들여 먹이를 사냥하지 않아도 물리거나 뱉은 침에 맞은 동물은 서서히 코모도의 제물이 된다. 코모도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무척추동물과 조류, 포유류(염소, 사슴, 멧돼지)가 주요 먹잇감이고, 자기보다 몸집이 큰 물소도 쉽게 쓰러뜨린다.

물론 사람도 공격한다. 코모도 섬을 돌아보려면 반드시 레인저와 함께 다녀야 한다. 레인저는 코모도 드래곤과 섬의 생태에 대한 설명도 하지만 앞이 Y자로 갈라져 있는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코모도의 공격을 막는 역할도 한다. 코모도 드래곤은 공격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속도도 꽤 빠르기 때문에 레인저의 통제를 잘 따라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무시무시한 침에는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없앨 수 있는 항생제 후보 물질이 들어있다고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멸종위기에 놓인 코모도왕도마뱀을 더욱 극진히 모셔야 할 것 같다.

 

흔히 ‘코모도 섬’이라 불리는 이 지역을 부르는 정확한 명칭,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면 참 애매하다. 코모도 섬은 ‘누사뜽가라(Nusa Tenggara)’주에 묶여있는데, 누사뜽가라는 바랏(Barat, 서쪽)과 띠무르(Timur, 동쪽)지역으로 나뉜다.

인도네시아 어로 누사는 ‘섬’,’ 뜽가라’는 남동쪽(Southeast)을 뜻한다. 코모도 섬은 누사 뜽가라 주 ‘띠무르’ 지역에 속하는데, 발리 섬을 제외한 소순다 열도의 동쪽, 쉽게 말하면, '발리 옆 기타 등등 섬들의 동쪽 어딘가'란 뜻이다.

참고로 서쪽을 뜻하는 누사 뜽가라 ‘바랏’주는 롬복(Lombok)과 숨바와(Sumbawa)섬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도는 그나마 잘 알려진 롬복의 마타람(Mataram)이다.

롬복 섬에는 사삭 족과 소수의 발리인이, 숨바와 섬에는 숨바와 인과 비마(Bima)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며 서로 전혀 다른 나라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롬복은 들어 본 것 같은데, 숨바와는 생소할 텐데 이곳은 김태희, 비 커플이 허니문을 보낸 아만와나 리조트가 있는 섬이다.

코모도 섬(Pulau Komodo)의 면적은 390km²고, 사람은 약 2000명 정도 산다. 사람보다 코모도가 더 많이 사는 으스스한 섬이다. 코모도왕도마뱀 주요 서식지인 이 섬과 주변 80여 개의 섬 및 해역은 ‘코모도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지역이다.

코모도의 존재감이 너무 강하다보니, 이 일대 전체가 ‘코모도 섬’으로 불리지만, 코모도가 사는 곳은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처럼 플로레스 섬과 발리 옆 롬복, 숨바와 섬, 또 그 옆에 크고도 많은 섬들 중 하나의 섬에 불과하다. 물론 ‘기타 등등’으로 취급하기엔 섬들이 무척 크고(제주도의 2배가 넘는 크기) 많다(100여 개).

코모도 섬 외에도 유명한 곳은 파다르(Padar) 와 린차(Rinca) 섬이 있다.

 

코모도 섬 여행상품은 대부분 다이버들을 겨냥한 상품이 주를 이룬다. 코모도 다이빙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데이트립과 리브어보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코모도 섬 내에서는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트립의 경우 가장 가까운 항구인 라부안 바조(Labuan Bajo)에 머물면서 매일 코모도 섬으로 오가야 한다.

리브어보드의 경우 발리에서 출발하는 것과 라부안 바조에서 출발하는 것이 있다. 발리 출발의 경우 라부안 바조까지 비행기를 한 번 더 타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지만 발리에서 코모도까지 하룻밤을 꼬박 이동해야 한다. 리브어보드의 경우 배의 상태와 일정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매우 크다. 3일 일정에 55만 원부터 6박 7일의 300만 원 정도까지 다양하다.

코모도의 리브어보드는 여느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들과는 달리 럭셔리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불편하지 않게 갖춰져 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장인만이 가진 기술로 나무를 엮어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 목선인 피니시(Phinisi) 리버보드는 좋은 시설의 편리함과는 맞바꿀 수 없는 기품과 뿌듯함이 있다. 별과 해수온도에 의존해 대항해를 떠났던 옛 사람이 된 기분도 든다.

아직 다이빙을 못 하는 관계로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다이버들 틈에 끼어 데이트립을 했지만, 밤에는 라부안 바조 이국적인 소도시의 밤 문화를, 낮에는 이 일대에 포진한 다양한 섬들의 비경과 바닷속을 원하는 일정으로 ‘맞춤식’으로 둘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는 다이빙을 꼭 배워 리버보드에 도전하고 싶을 만큼 큰 자극이 된 시간이었다.

인도네시아를 발리로만 아는 사람들에게 ‘발리를 넘어’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라면, 코모도를 가장 먼저 꼽는다. 발리와 코모도는 짬짜면, 물냉비냉처럼 ‘반반 조합’이다.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 문화, 먹거리에 심지어 인종과 동식물, 공기마저도 다르기 때문이다. 발리와 코모도 외에도 자카르타와 뿔라우세리부(천개의 섬), 수라바야와 바뉴왕이 화산투어 같은 곳들도 짬짜면 계열의 여행이 가능한 조합이다.

두 지역의 개성이 정말 강해서, 마치 한 나라에 있는 지역이라 볼 수 없을 만큼 강한 대비와 색조가 있는 곳들 말이다. 유럽 몇 개국을 여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 이는 오직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법이기도 하다.

 

코모도 국립공원 일대, 그러니까, ‘발리 옆 기타 등등’ 섬에는 코모도왕도마뱀 외에도 볼거리가 꽤 많다. 여행매체를 통해 세계 10대 비치 중 하나로 자주 소개되는 핑크 비치(Pink Beach). 나미비아에서나 보암직한 사바나 초원의 장엄한 분위기를 담은 길리라바(Gili Lava), 방주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바다 생물들의 화석들이 벽을 뒤덮고 있는 바투 동굴(Batu Cermin Cave),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깊고 푸른 담수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고여 있는 울랑 폭포(Cunca Wulang Waterfall), (정말 거미줄 같다) 모양의 거대한 논이 있는 짠짜르 마을(Cancar village). 물론 코모도도 엄청난 물건(?)이지만, 이 곳을 그저 ‘코모도’ 섬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다.

‘코모도 일대’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일곱 가지만 꼽아본다.

 

1. 린차 섬 트레킹 중 산중턱 바위 끝에서 인증샷 찍기

Why? 사진으로는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정말 무섭다. 제 아무리 평범한 인증샷이라도 이 곳에서는 정말 멋지게 나온다.

 

2. 만타레이가 가득한 바닷속 구경하기

Why? 스노클링 장비만 착용하고 들어갔는데, 바다 속이 온통 시커멓다. 내 키 만한 만타레이 11마리가 바다 밑에 깔려있었던 것. 아무리 헤엄을 쳐도 계속 검은 색이라 무섭기도 하고, 지루해서(?) 금방 나왔다.

 

3. 핑크해변의 핑크모래를 담은 병에 편지 써서 보내기

Why? 사실 분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산호와 조개의 잔여물이다. 파도에 휩쓸려온 붉은 산호 조각과 조개껍질 등이 한 군데 모이면서 흰색 모래사장과 뒤섞어 정말 딸기 우유 빛깔 같은 오묘한 분홍빛을 띠게 되는데, 멀리서 보면 맨발로 뛰어다녀도 될 정도로 부드러워 보이지만 날카로운 산호와 조개껍질 등의 조각이라 인증샷 찍을 욕심에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야 한다. 핏빛으로 더욱 분홍색이 짙어지는 괴기스러운 장면이 연출 될 수도 있다.

 

4. 라부안 바조 시내의 이탈리안 식당 라쿠치나(La Cucina)에서 피자먹기

Why? 이런 작은 섬에 이런 훌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벽에 유명 카레이서,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페이스북에서 La Cucina Komodo 검색).

5. 길거리 옷 가게에서 <I LOVE KOMODO>라고 쓰여진 속옷과 티셔츠 사기

Why? 역시나 이 일대를 ‘원시적’인 분위기라 생각한 편견에서 비롯된 추천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로드샵에는 정말 예쁜 액세서리와 옷이 많다. 단 충동구매에 주의할 것.

 

6. 플로레스(Flores) 커피는 꼭 사야한다.

Why? 플로레스 커피향은 초콜릿, 꽃 및 나무 향이 어우러져 있다. 젖은 상태에서 가공해 묵직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다. 일단 가격이 너무나 저렴하다. 보이는 마트마다 들러서 사재기를 해 왔을 정도. “꽃 섬”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플로레스 섬은 수많은 활화산과 휴화산으로 뒤덮여 산세가 험악하다. 화산재는 유기농 커피 생산에 이상적인 비옥한 과즙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는 1200~1800m 높이의 서늘한 언덕에서 자라난다.

7. 코모도와 (멀리서) 인증샷 찍기(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된다)

Why?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유의 객기와 허세도 이 섬에서 안 통한다. 코모도의 빠른 발놀림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제 아무리 1:100으로 싸웠다는 해병대 출신도 기를 펴기 힘들 것. 그리고 정말 코모도는 위험한 ‘야생’동물이고, 공룡의 후손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멀리서 인증샷을 찍고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너무 겁을 주는 건가?).

 

현재 야생 상태에서 살고 있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수는 4000~5000마리 정도로, 멸종위기 취약단계로 지정되었다. 플로레스 섬에 2000여 마리, 코모도 섬에 1700여 마리, 린차 섬에 1300 여 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아 있는 코모도왕도마뱀의 혈연관계를 따져보면 350여 개의 가계에 불과해 멸종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안에 호주 퍼스에서 코모도까지 직항이 생긴다는 발표가 있었다. 어드벤처와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착한 물가를 워낙 좋아하는 호주사람들에게 코모도는 발리 다음으로 매력적인 곳임에 분명하다.

항공 연결편이 확대되면 더욱 좋은 편의시설과 호텔도 들어서, 코모도 섬 일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이 가속화 되겠지만, 우리가 이곳을 여행하는 ‘이유’인 동식물들은 점점 제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마지막 공룡인 코모도왕도마뱀의 침에 슈퍼박테리아를 없앨 수 있는 성분도 들어있다는데,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아 인류를 구원하는 최초의 공룡이 되기를 바란다.

글_‘섬타는 여자’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

사진_인도네시아관광청(VI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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