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 끝물일까, 시작일까?
베트남 투자, 끝물일까, 시작일까?
  • 최빛나
  • 승인 2020.02.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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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초창기보다 리스크 줄어든 만큼 리턴도 줄어

 

'박항서 효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물리며 한국에서 베트남 투자 열기가 뜨겁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 다른 국가에서 한국이 베트남에만 투자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럴 만도한 것이 올 상반기 한국은 베트남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한 나라였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베트남을 본다면, 그 열기는 최근 식고 있다. 베트남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 상반기 9.2%감소했다. 신규 외국인직접투자 프로젝트는 37.2% 감소하기도 했다. M&A업계는 베트남 회사의 고평가 논란이 한창이다.

베트남 회사의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대표 지수인 HNX 30은 현재 약 190으로 2013년 말 130과 비교해 약 50% 올랐다. 하지만 시야를 좁혀보면 다르다. 고점이었던 지난 4월 260과 비교하면 30% 정도 빠졌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열기는 식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GDP성장률은 7.08%로 10년 동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9위(한국 GDP성장률 2.6%, 115위)에 해당한다. 물가 관리도 우수하다. 지난해 베트남의 물가는 3.5% 상승했다.

지난해 정부가 목표로 했던 4% 상승보다 0.5%p 낮았다. GDP는 5년 평균 6.56%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는 5년 평균 2.86%만 상승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GDP상승은 명목가치만 상승시킬 뿐이지만 베트남은 실질 GDP도 상승하고 있다.

노동력도 풍부하다. 9500만 인구(세계14위)중 생산가능인구는 52%에 이른다. 교육열도 높아 생산가능인구의 약 3%만이 문맹이다. 도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주의 중심의 시장 경제를 이룩하겠다는 도이모이(Đổi mới)경제 개혁을 시작한지 3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촌향도(離村向都,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가 한창이다. 인력의 질도 나쁘지 않은데 임금은 우리나라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옮고 그름을 떠나서 일당 독재인 베트남 정치 환경도 투자 관점에서는 장점이다.

조나단(Johnathan SL Ooi) 베트남 PwC 파트너 회계사는 "베트남 FDI의 핵심 동인은 정치적 안정, 높은 숙련 노동자 비율, 낮은 임금"이라면서 "이 같은 핵심 동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 베트남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베트남 투자는 투자자의 목적과 방법 그리고 진입 업종에 따라 적절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베트남의 도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경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이촌향도 현상이 지속되며 도심의 인구가 늘 수밖에 없고 이는 베트남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PwC는 "호치민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에 이어 사무실, 소매, 주거 등 거의 모든 부동산 부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시장"이라며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개발도상국 시장에 비해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 투자 장려가 더 많고 외국인 참여 장벽도 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베트남 최고급 아파트는 2016년 전후 한국인 투자자들이 거의 독점했지만 아직 매력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의 분석이다.

 

◇베트남 기업 직접투자…고평가 논란

올해 베트남 기업에 직접 투자한 회사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회사는 SK그룹이다. 5월 SK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 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지주회사의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빈 그룹은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사업 부문이 다양하다. 시가 총액은 약 400조VND(약 20조원)으로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민영기업이다.

SK그룹이 투자처럼 거액의 투자는 이례적이다. 보통 베트남 기업의 직접 투자는 20억원~30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베트남 내에서 기업 인수 합병은 총 107건이 있었는데 평균 딜 규모는 약 23억2000만원(2천만달러)이었다. 지난해는 약 32억4000만원(2800만달러)이 평균이었다. 조나단 회계사는 "1억달러(약 1170억원)가 넘는 딜은 많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베트남에 투자를 많이 하는 싱가폴과 일본 기업의 딜 규모는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아파트를 사지 않는다면 베트남 기업에 직접투자 혹은 경영권 획득까지도 가능하다. 20억원~30억원에 불과하다고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올해 베트남 회계제도가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깜깜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 회사(Local Company)는 의무 감사 요건이 없다. 또한 국영기업의 경우 전면 실사가 불가능하다. 인수 희망 기업이 정보를 직접 확보해야한다. 그 가운데 딜 과정은 폐쇄적이다. 베트남의 모든 딜이 2개월 안에 마무리되기에 투자자는 문서만으로 50억달러(5억8000만원)의 투자를 결정해야한다. 그는 "거래 과정에서 시너지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장부(Book - Value)도 여러 개 가지고 운용하기도 하고 세금 신고도 정확하기 않은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베트남을 향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다보니 베트남 기업들이 고평가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 원리 상 인수를 원하는 주체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를 경우 시간이 걸리고 리스크가 있더라도 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스티븐 정 PWC Cross Border Corporate Finance M&A 리더는 "베트남은 셀러(Seller)우위의 시장이기에 베트남 기업들이 프리미엄을 붙일만한 권리가 있다"며 "조금 붙이느냐 많이 붙이느냐의 문제로 생각하기 보다는 물류·유통망·베트남의 소비 수준 등을 두루 고려해 프리미엄 수준이 합당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거래 과정에서 벨류에이션 갭은 항상 존재한다. 베트남은 유사 기업의 M&A거래(Transaction multiple)가 적어 EV/EBITDA 멀티플과 같은 직관적인 벨류에이션을 쓰기 어렵다. 이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DCF와 같은 절대적 평가방법을 쓰기엔 회계 장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일부 베트남 기업과 M&A를 할 때 벨류에이션과 같은 이성적 측면보다 감성적 측면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도 오버 벨류에이션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트남 기업들은 가족 기업이 많다. 많은 가족 기업은 밸류에이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나단(Johnathan SL Ooi) PwC베트남 지역 파트너 회계사는 "많은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하다보니 딜 과정에서 시너가 거래 과정에서 많이 반영돼 경영 프리미엄이 크다"면서 "딜이 실패하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딜 거래 과정의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시간을 갖고 거래 상대방과 신뢰 관계를 쌓아가라고 조언했다. 조나단 회계사는 "기업들에게 동남아 진출에 대해 자문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며 "베트남의 사례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라마단 때문에 모든 일이 1달 동안 중단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에릭 다마완(Eric Darmawan)PwC 인도네시아 파트너 회계사는 "자문 경험상으로 딜이 잘된 경우는 외국인 투자자와 로컬 오너 사이에서 신뢰 관계가 잘 설립됐다"며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면 기술 적인 부분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사업한다면, 주의 사항은?

사업가들이 베트남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노동력'이다. 다만, 현지에서 사업을 할 때 주의 사항이 몇 개 있다. 세제혜택은 많지만 사회 보험료가 높다는 점이다. 사회보험(SI), 건강보험(HI), 실업보험(UI) 등으로 사업가가 근로자를 고용 시 급여의 21.5%내야한다. 특히 17.5%를 내야하는 사회보험은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보험료 의무 납부 대상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개정됐다. 다만 여전히 급여가 높지 않아 급여를 중심으로 부과되는 보험료가 아직까지는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보다 어려운 점은 근로자 관리다. 베트남의 노동법은 엄격한 편이다. ▲최소 5명의 직원이 요청 시 하위 노동조합(grass-root trade union)을 구성 ▲근로자 10명 이상 고용 시 내부 업무규정 등록 ▲확정된 기간의 근로계약은 한차례 갱신 가능하며 그 이후는 무기한 근로계약만 체결해야 한다. 법은 엄격한데 노동문화는 다소 후진적이다. 투자은행(IB)관계자는 "베트남 노동자의 경우 자재를 훔치고도 당당한 문화가 있다"며 "노동자 1명이 부양해야하는 가족은 많은데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일 PwC는 "부진한 성과를 다른 것이 어려운 과정"이라며 "노동조합이 협력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에서 생긴 이익을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송금 예정일로부터 7 영업일 이전까지 베트남 세무 당국에 송금 계획을 통지해야한다. 또한 결손 상태인 경우는 송금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본점을 두며 베트남에 지점을 세우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은행, 외국계 법무법인 등만 허용된다. 독립된 법적 실체 아니기 때문이다. 수익창출 행위가 불가능한 대표 사무소 방식으로 진출해야 한다.

보통은 공동주식회사(한국의 주식회사)나 사업협력계약의 형태로 진출한다. 사업협력계약(BCC)이란 특정 사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과 최소한 하나의 베트남 파트너 사이에 체결된 협력 계약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BCC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공유하지만 BCC의 부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물론 청산도 가능하다.

공동주식회사는 우리나라의 주식회사와 같다. 외국인이 100% 소유 가능하다. 조인트벤처와 같은 합작투자 형태도 가능하다. 판티슈이덩(Phan Thi Thuy Duong ) PwC 베트남 법률 책임자는 "베트남 정부는 상업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개방 정책과 명확한 지침을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금융 수요 늘어날 것, 투자 시 주의할 점은?

베트남의 금융 거래는 99%가 현금이다. 5명 중 2명은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외국에서 파견된 회계사들의 월급도 현금으로 줬다고 한다. 그러나 소득이 늘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금융 접근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PwC의 글로벌 소비자 통찰력 설문 2019에 따르면 베트남인(45%)은 평균적인 전 세계 소비자(25%)보다 매주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또한 35세 미만의 젊은 세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기에 앞으로 금융 수요에 대한 전망은 밝다. 그 밖에도 ▲정보통신기술(ICT) ▲태양·풍력 에너지 ▲4·5성급 고급호텔 ▲전자제품과 같은 소비재 ▲전기·전자 분야 제조업 등을 PwC는 베트남에서 발전 가능한 유망한 업종으로 꼽았다.

다만 세금과 거래 수수료 측면에서 국내보다 불리하다. 베트남에서 주식 투자를 해 차익을 낸다면 투자자는 우리나라에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한다. 양도소득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하고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외국에서 투자를 하기에 증권사에 지급해야하는 수수료도 높은 편이다. 베트남의 현지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증권사의 인수를 시도하거나 제휴를 맺으며 수수료율을 낮추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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